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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아내가 결혼했다.

by intheglade 2007.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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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세계문학상 당선작
박현욱 (지은이) | 문이당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

<동정 없는 세상>, <새는>의 작가 박현욱의 신작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출간됐다. 이중(二重) 결혼을 하려는 아내와 그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남편의 심리를 흥미진진한 축구 이야기와 결합시킨 소설이다. 2005년 <미실>의 김별아에 이은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사랑하는 아내가 어느날 불쑥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과 이혼하지 않은 채.(둘 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를 '반이라도' 갖고 싶은 덕훈은 완전히 쿨해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유욕에 불타 미쳐버리지도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아내의 결혼을 수용한다.

"인생은 축구장과도 같다. - 월터 스콧" 덕훈의 인생은 이후 난장판이 된 축구장을 뛰는 한심한 선수 신세가 되어 버린다. 제대로 골 한번 날려 보지 못하는 소심한 공격수에, 수비는 꿈도 못 꾸고, 한 골대에서 또 다른 골키퍼와 경쟁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 속에 놓인 것이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결정적 한 골을 희망한 남자와 2명의 골키퍼를 동시에 기용한 한 여자의 반칙 플레이를 통해, 오늘날의 독점적 사랑과 결혼제도의 통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약간은 낯선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결혼관을 빠른 템포로 거침없이 밀고나간다. "젊다. 빠르다. 신선하다. 부지런하다. 흥미진진하다"라는 성석제의 추천글대로, 한 호흡에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경쾌한 발놀림의 소설이다.

이야기의 단락마다 주인공의 상황과 맞물리는 축구의 역사, 현재 활약하고 있는 축구 선수들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에피소드, 축구와 관련된 사건, 축구 상식 등을 절묘하게 병치시켰다. 사랑의 고통,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의 의미, 작가의 말대로 결국 행복해지기 위한 삶의 조건에 대한 '고찰'이 담긴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러나 내 인내심은 내 편이 아니었다.
헤어지는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잖아. 그게 정말 견디지 못할 일인지 살아 보지 않고서는 모르잖아. 무엇보다 이 여자 없이 살 수 있어? 정말 그럴 수 있어?
그녀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나의 영혼, 나의 심장도 내 편이 아니었다.
헤어지는 순간부터 후회하게 될걸? 다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게 될걸?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게 마련이야. 지금 놓치면 영원히 놓치게 되는 거야. 놓치고 싶어?
오직 '글루미 선데이'에서 자보의 대사만이, 그녀를 완전히 가질 수 없다면 반쪽이라도 갖겠다는 절박함만이 내 것이었다. 나는 맥없이 중얼거렸다.
"당신 소원 들어줄게. 원하는 대로 해. 어디 한번 가는 데? 가보자."

빨간 도장 자국이 두 군데나 선명하게 찍힌 그 서류는 아직까지도 내 책상 서랍에 있다. 가끔 꺼내서 들여다보곤 한다.

명백해진 사실. 나도 미쳤다.

출처 : 알라딘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4563304

일부일처제란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소설.
글을 읽으면서 인아에게 욕 퍼붓는 사람들 참 많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나는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절대 영원 사랑이란 정말 비현실적인 것이고, 오히려 소설에 나오는 폴라모리족(?) 얘기가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참 서글프다.

사랑을 믿고 싶은 마음도 저 쪽 구석데기로 밀쳐버리게 되고 마는..

내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정말 평생동안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사람과의 사랑이 변한다면, 그냥 미운정 고운정으로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 = 결혼 = 현실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나이가 들수록, 주변을 돌아볼수록
연애는 연애대로, 결혼은 결혼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각기 따로 놀 수 밖에 없겠고나. 라는 생각이 든다.